원제: Marcelino pan y vino (The miracle of Marcelino)
감독: 라디슬라오 바다
출연: 파블리토 칼보, 라파엘 리벨레스, 주안 칼보
천진무구한 영혼의 시적동화
국내에 수입 공개된지 30여년이라는 시간의 격을 넘어 얼마전 재수입 상영되었던
라디슬라흐하호다 감독의 스페인영화 <마르셀리노>(55/Marcelino Pan Y Uino) 역시
그러한 영상의 하나로 덧붙이게 된다. 호세 마리아 산체스 실바라는 스페인 작가의 동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이 영화는 올드팬들에겐 짙은 노스탤지어의 영상이면서, 오늘의 젊은
영화세대에겐 영상에 앞서 파블로 소로사발 작곡의 주제곡 "마르셀리노의 노래"로 더욱
알려져 있는 작품이기도하다. 영화는 스페인의 어느 가난한 산촌 마을을 배경으로 하여
펼쳐진다.
페러쉬에 세운지 얼마 안되는 마을의 초라한 수도원 문앞에 한 갓난 사내아이가 버려진다.
마을사람들은 모두 이 갓난 아이를 데려다 키울 형편에 있지 못해 결국 수사들이 돌보지
않으면 안되게끔 된다. 수도원의 수사들은 갓난아이에게 성자 마르셀리노의 이름을
붙여주고 갓난 아이는 수사들의 지극한 사랑과 보살핌속에서 천진하고 귀여운 개구장이
소년으로 자라난다.
여섯살 되던해 어느날 마르셀리노는 들녁에서 한 마을여인으로 부터 "내게도 네 또래의 아들이
있다"라는 말을 듣게된다. 어린 영혼은 마침내 세상사람은 누구나 어머니라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닫는다. 그일이 있은 이후로 마르셀리노의 마음 한 구석엔 언제나 어머니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과 그로 인해 싹튼 깊은 외로움이 자리잡는다. 그러던 어느날 마르셀리노는
출입이 금지되어 있는 다락방에 들어갔다가 예수그리스도의 등신상을 발견한다. 십자가
주위에 못박힌 채 머리에는 가시관을 둘러쓴 여위고 주린 예수의 표정은 오랜갈증과
우수로 그늘져 있다. 마르셀리노는 이제 정성껏 수사들 몰래 빵과 포도주를 날라 예수에게
갖다준다. 어느 비바람이 몹시도 몰아치던날 십자가의 예수는 마르셀리노에게 다가와 묻는다.
마르셀리노, 너의 소원이 무엇이냐 - 하늘나라에 있는 어머니를 보고 싶어요. 예수는 십자가에서
내려와 마르셀리노를 품안에 안아들이고 소년은 그 품안에서 평화롭게 잠든 모습으로 그리운
어머니곁으로 떠난다. 수사들은 마침내 그 기적을 목격하게되고 다락방으로 부터는 휘황한
광휘가 새어나온다.
간략한 이야기의 줄거리속에서 읽을 수 있듯이 <마르셀리노>는 어떤 난잡한 드라마의 꾸밈없이
그저 마르셀리노라는 모성을 잃은 어린 영혼의 성장을 요란하지않게 쫓으면서 너희가
어린 아이같이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지 못하리라는 성서의 아포리즘을 명료한
명암의 흑백영상으로 들려주는 한편의 고결한 종교시에 가깝다. 그러나 이 작품을 내밀하게
감싸도는 그 종교적 신비주의는 분명을 현실을 초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허망하거나
공소하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그윽하고 경건한 감동의 물살로 전이되어 관객의 가슴을
뭉클하게 저민다. 그것은 어린 영혼이 안식을 꿈꾸며 기도하는 모성을 향한 구원에의 열망이
기적이라는 아름다운 상징으로 구현되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종교적 신앙의 차원을 넘어
어린아이가 지닌 영혼의 순수, 그 인간 내면의 본원적 진실을 잔잔한 울림으로 회억시켜 내기
때문이다.
<마르셀리노>의 감동을 자아내는 그 매혹적인 힘은 마르셀리노라는 한 천진한 소년의
영혼을 인물 그 자체인듯 운반하는 파블리토 카르보라는 아역 소년의 앙증스럽고
사랑스러운 놀랄만한 연기의 감성에서 비릇된다. 이 영화로 55년 칸 영화제에서
특별 아역상을 수상하는 이 소년의 표정과 움직임을 쫓고 있다보면 지치고 오염된
영혼이 어느덧 순화되고 정화되는 듯한 즐겁고 행복한 그러면서 슬픈, 이율배반적인
감정의 체험을 맛보게된다. <마르셀리노>의 기적에서 새삼 읽게되듯 동심은 어른의 세계가
기억의 저편으로 냉혹하게 추방해 버렸거나 아니면 완벽하게 망각해버린 생떽쥐베리식으로
얘기하자면 "보이지 않는 것의 진실"을 발견해내는 깊고 투명한 영혼의 해안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거칠고 메마른 이성주의의 오만함 너머에 자리하는 천진난만한 순결의 감성만으로
인간과 세계를 정직하게 바라보는 경이로운 방법을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그러므로 동심이
응시하는 세계를 주제로 하고 있는 영화사속의 숱한 영상들이 어쩌면 어린이 자신들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오히려 다시는 그 시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절망적인 어른들의 삶을 위해
쓰여진 동화나 신화 또는 우화로 다가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르셀리노>는 영혼의
순수를 앗긴 퇴락한 어른들이 삶의 내면에 채워지는 또 하나의 천진무구한 영혼의 동화로서
그 영상들의 갈피속에 빛바래지 않은 고전으로 자리한다.
이 영화의 조금은 투박해 보이는 흑백영상이 빚어내는 독특한 미감은 밝음과 어두움,
그 영혼의 이원성과 특유의 종교적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형상화하며 스페인 산촌의
생생한 로컬리티를 진하게 담아내고 있다. 이 흑백영상 위에 마르셀리노가 어떤 내면적
변화를 겪을때면 그의 영혼의 떨림처럼 울려 퍼지며 오버 랩되는 주제곡
"마르셀리노의 노래"의 멜로디는 영화의 언어적 감동을 배가시킨다.
혹 이 영화가 컬러로 제작되었더라면 그 감동은 훨씬 반감되었으리라는 추측을
해보게 된다. 컬러의 무질서하게 분란되는 색채는 이 영화의 심오한 주제의 무게를
언어적으로 실추시킬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그 흑백영상중에서도 언뜻 잉마르 베르히만의
영상을 연상하게도 되는 화면 가득하게 들어차는 광할한 창공과 낮은 들녁위의 작은인물들의
대비는 인간영혼의 고뇌를 껴앉는 신의 무한한 포용을 은유하듯 이 영화가 즐겨 묘사하고
있는 인상깊은 장면이다.
Consorcio - Marcelino pan y vino(마르셀리노의 기적- 1955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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