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공간

천일의 앤

시디따논당상 2006. 8. 12. 00:28

(영화) 천일의 앤 (Anne Of The Thousand Days, 1969)

  맥스웰 앤더슨의 1948년작 희곡을 영화로 만든 작품. 영국의 왕 헨리 8세와 비운의 두번째 부인 앤 볼린의 로맨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카데미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 의상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정확한 역사적 고증을 통한 재현드라마라기보다는 역사를 소재로 한 러브스토리. 한 손으로는 헨리 8세를,다른 한 손으로는 영국을 움켜쥐려는 영리하고 야심만만한 앤 볼린과 아들 후계자를 원하는 호색한 헨리 8세가 벌이는 궁중에서의 사랑과 암투를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은 부정확한 역사적 고증에도 불구,왕족들의 냉혹한 욕망과 야망을 쫓는 다양한 인물 군상의 도덕성을 심도있게 파헤쳐 주목받았다.
  엘리자베스 테일러와의 이혼과 알콜중독으로 재기불능이라는 평가까지 받았던 리처드 버튼은 이 작품(헨리 8세역)으로 화려하게 스타의 자리에 복귀했다. 이 작품에서 단연 돋보이는 배우는 앤 볼린 역을 맡은 제느비브 뷔졸드. 그는 반항적이고 오만하면서도 현명함을 잃지 않는 당당한 여성의 모습을 멋지게 소화해냈다.


< 천일의 앤 (Anne Of The Thousand Days, 1969) >

출연 : 리차드 버튼(Richard Burton)
       쥬느비에브 뷰졸드(Genevieve Bujold/앤)
       일렌느 파파스(Irene Papas/캐서린)
       안소니 퀘일(Anthony Quayle/카디날)
       존 콜리코스(John Colicos/크롬웰)
       마이클 홀든 (Michael Hordern/보일런)
       데니스 퀼리 (Denis Quilley/웨스톤)
       에스몬드 나이트 (Esmond Knight/킹스톤)
       니콜라 파게트(매리 공주)
각본 : 브리짓 볼랜드(Bridget Boland)
감독 : 찰스 재롯(Charles Jarrott)
원작 : 맥스웰 앤더로슨(Maxwell Anderosn)
제작 : 할 B. 월리스(Hal B. Wallis)
촬영 : 아서 이벳슨(Arthur Ibbetson)
편집 : 리차드 마든(Richard Marden)
음악 : 조르쥐 들르뤼(Georges Delerue)

영화줄거리

  16세기의 영국 튜더 왕조의 국왕인 헨리 8세(King Henry VIII: 리차드 버튼 분)는 자신의 왕후인 앤 볼린(Anne Boleyn: 제네비에브 부졸드 분)을 처형하기위해 재상 크롬웰(Thomas Cromwell: 존 콜리코스 분)이 가지고 문서에 서명을 하려고 한다. 영화는 서명을 하려는 헨리 8세가 자신이 앤과 결혼하기 위해 해왔던 일들을 회상하는데서 전개된다.

  왕의 무도회. 프랑스에서 이제 막 돌아온 볼린가의 막내딸인 앤도 약혼자인 퍼쉬(Harry Percy: 테렌스 윌톤 분)와 무도회에 참석했다. 울지 추기경(Cardinal Wolsey: 안소니 쿼일 분)은 이 젊은 남녀의 결혼을 허락해 줄 것을 왕에게 간청하지만 아름다운 앤에게 이미 마음을 빼앗겨 버린 왕은 허락은 커녕 앤과 퍼쉬를 떨어뜨려 놓고 자신이 앤을 차지하려고 한다. 하지만 앤은 이미 왕에게 농락당해 아이를 가지고 있던 언니(Mary Boleyn: 발레리 거론 분)의 모습을 보곤 절대 왕의 여자가 되지 않겠다고 가족들에게까지 말하고 왕에게도 냉랭한 태도를 갖는다. 앤의 이런 싸늘한 태도에 왕은 더욱더 매력을 느끼고 앤의 집에 머물며 그녀의 환심을 사려고 노력한다. 결국 앤의 안위를 걱정한 퍼쉬는 다른 아가씨와 결혼을 하고 앤은 괴로워한다. 앤의 계속되는 냉담한 반응에 왕은 캐서린 왕비의 시종으로 앤을 궁궐로 불러들이고 궁으로 옮긴 앤은 점점 권력과 사치의 맛을 배우게 된다. 하지만 왕의 애타는 사랑은 여전히 앤을 떠나지 않는다. 권력의 맛을 느끼게 된 앤은 왕에게 자신과 결혼하여 아들을 낳아주는 대신 자신이 영국의 왕비이여야하며 자신의 아들이 왕위를 계승하게 해주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앤과 결혼하기 위해선 우선 교황청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미 스페인의 세도하에 있던 교황청이 헨리 8세와 스페인 출신 왕비 캐서린(Catherine of Aragon: 아이렌 파파스 분)의 이혼을 허락할 리가 없다. 결국 앤과 결혼하기 위해서는 교황청을 무시하고 자신을 수장으로한 새로운 교회를 세울 수 밖에 없다. 헨리 8세는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숙청하고 앤과 결혼한다. 하지만 앤과 왕의 결혼 생활도 오래가지는 않는다. 앤이 원하지 않는 딸을 낳은 데다 앤의 딸 엘리자베스(Baby Elizabeth: 아만다 제인 스미시 분)의 왕위계승권으로 인해 다른 많은 부하들이 죽임을 당하기 때문이다.

  앤과의 이혼을 바라는 헨리 8세는 크롬웰을 시켜 앤을 간통죄로 끌어넣는다. 그들의 음모로 런던탑에 갇히게 된 앤은 크롬웰의 주재로 재판을 받고 무죄를 인정받지만 여전히 헨리 8세와의 이혼을 거부하고 딸의 왕위 계승권을 주장한다. 또 다른 여인에게 맘을 빼앗기고 있던 헨리 8세는 결국 앤을 참수형에 처하게 하고, 앤은 후에 여왕이 된 딸 엘리자베스를 남기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헨리8세가 결혼 전 앤에게 보낸 편지 한 토막...

"엄격한 당신이 몸과 마음을 허락한다면, 당신은 앞으로 나의 '유일한' 연인이 될 것이오. 오로지 내 마음은 당신만을 위해서 봉사하게 될 것이오. 영원히 당신의 사람으로 남고 싶은 사람이."

그러나 결혼하자마자 헨리8세는 그녀에게 싫증이 났고, 원하지 않은 딸을 낳은 앤은 버림받게 된다. 앤이 왕후자리에 있었던 기간은 꼭 1천일, 그래서 후일 사람들은 그녀를 '천일의 앤'이라고 부른다.

영화해설

  헨리 8세의 아내가 되었다가, 후에 딸 엘리자베스를 여왕으로 남기고 끝내 비운의 죽음을 당한 앤 왕비의 이야기를 그린 시대극. 사극 명작들을 남긴 극작가 맥스웰 앤더슨(Maxwell Anderson)의 1948년도 원작 무대극을 영화화한 것으로, 재로트 감독의 치밀한 연출과 함께 버튼-뷰졸드의 빛나는 명연으로 영화사에 남을 사극의 명작이 되었다. 관록의 대배우 리차드 버튼(Richard Burton)의 상대역으로 그전까지는 국제 무대에 무명이었던 뷰졸드가, 전혀 뒤지지않는 열연으로 화제를 모았다. 조르쥬 들르류의 수려한 음악도 좋아서, 주제곡은 지금도 애청되는 영화음악 중 하나다. 참고로 제목의 '1,000일'은 앤 볼린이 왕비로 있었던 기간을 가리킨다.

  영화는 영국의 왕 헨리 8세(리처드 버튼 분)와 비운의 두 번째 부인 앤 볼린(제느비브 뷔졸드 분)의 로맨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야심만만하고 영리한 앤은 프랑스 궁정에서 교육을 받은 뒤 영국 역사상 가장 화려한 국왕이라는 호색한 헨리 8세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헨리 8세에게는 이미 스페인 출신의 왕비 캐서린이 있었고, 앤은 은밀한 연애를 거부하고 당당하고 끈질기게 결혼을 요구함으로써 결국 헨리 8세가 캐서린 왕비와의 이혼을 위해 교회와 정면으로 반목하게 만든 뒤, 어렵사리 결혼에 성공한다. 그러나 앤 역시 딸을 낳았을 뿐 왕자를 생산하지 못하자 헨리 8세는 또 다시 다른 배필을 찾기에 이르고, 헨리 8세의 사악한 심복 크롬웰(존 콜리코스 분)은 앤을 축출하기 위해 부정한 여인이라는 죄목을 씌우는 음모를 꾸민다. 결국 앤은 냉담한 정치적 알력의 희생자가 되어 딸의 장래를 걱정하며 단두대의 이슬로 사리지고, 헨리 8세는 윈저 성에 홀로 앉아 비감에 젖어든다. 뒷날 앤의 딸 엘리자베스는 당당하게 여왕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정확한 역사적 고증을 통한 역사 재현드라마라기보다는 역사를 소재로 한 러브스토리라고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한 손에는 헨리 8세를, 다른 한 손으로는 영국을 움켜잡으려는 영리하고 야심만만한 앤 볼린과 아들 후계자를 원하는 호색한 헨리 8세의 궁중에서의 사랑과 암투를 그리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은 부정확한 역사의 재현에도 불구하고 왕족들의 냉혹한 욕망과 야망을 쫓는 다양한 인물 군상들의 권력을 둘러싼 암투와 정치적 모략 등을 통해 도덕성의 표출을 심도있게 다루고 있다. 엘리자베스 테일러와의 두 번의 결혼과 알콜중독으로 피폐해져 이제는 재기불능이라는 평가까지 받았던 리차드 버튼은 이 작품으로 화려하게 스타의 자리에 복귀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단연 돋보이는 배우는 앤 볼린 역을 맡은 제느비브 뷔졸드다. 그녀는 반항적이고 오만하면서도 현명함을 잃지 않는 당당한 여성의 모습을 멋지게 소화해내고 있다. 그밖에도 비운의 캐서린 왕비 역의 아이린 파파스, 추기경 역의 앤서니 퀘일 등이 비극적인 러브스토리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다.

  골든 글로브상에서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각본상을 석권하고 아카데미에 무려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지만, 역사상 가장 이변이 많았던 그해의 수상 결과는 이 영화에 고작 의상 디자인상 하나만 달랑 안겨주고 말았다. 이것은 <터닝 포인트>가 11개부문 후보에 올라 하나도 못받는 기록을 세우기 전까지 최악의 참패로 기록된다. 특히 버튼은 그동안 인연이 없었던 아카데미상에 대한 최후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열연을 한데다가 경쟁자들이 그가 보여준 연기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되었기 때문에 대단한 기대를 했다. 그러나 막상 결과는 <진정한 용기(True Grit)>의 존 웨인으로 발표가 되자, 버튼은 도중에 시상식장을 나와버리고 말았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뷰졸드 역시 가장 강력한 후보로 거론되었으나, 전혀 예상을 빗나간 복병 매기 스미스(Maggie Smith)가 <미스 진 브로디의 청춘(The Prime Of Miss Jean Brodie)>으로 수상을 빼앗아갔다. 이해의 아카데미상은 이변의 연속으로 기록되어 있다.[ 영화평론가 홍성진 ]